어제 나한테 의문의 전화가 걸려 왔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내가 블로그에 내 전화번호를 공개해서 그런 듯하다.
집에 가자마자 어제의 전화 사건의 용의자를 찾아내기 위해 컴퓨터부터 켰다.
이런, 지렁이(주1)가 기어가는 것이 어째 느리다 했더니.
3분 17초째 드디어 윈도우 시동.
알고보니 닥터 바이러스라는 아스트랄한 놈이 깔려있었구나.(주2)
해삼놈이 아바스트라는 것을 받으라고는 했는데(주3) 나는 워낙 주워들은 지식밖에 없어서 결국 그것도 못 받았다.

그리고도 내 티스토리를 열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2분이 더 걸린다.

티스토리를 열자마자 보이는 지겹지만 반가운 내가 설정한 문구.
"레파드-타임머신"
해삼 이자식은 참 여기저기 매니아다. 아니 오덕이라고 봐도 되나?
일본 것이나 면시 야겜이 아니니까 오덕이 아니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래 만년 XP 유저에게 맥의 신 운영체제 이름을 블로그 이름으로 권하냐?(주4)

아니, 벌써 해삼으로 굳어버렸나, 근휘인데.

어쨌거나 내가 제일 최근에 올렸던 글을 본다.

제목 : "여친 구합니다"

내용은 그냥 사진에 내 소개를 하나 붙였다.

"서울 송파구 **중학교에서 서식중.
방이역 명랑오락실에 잘 다님.
전화번호 : 010-2**6-1**6

riggedplace(주5)의 해삼이라는 작자의 방해를 무사히 감내할 수 있는 여자 구합니다."

여기에 전화번호를 밝힌 것이 화근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전화를 건 사람이라면 댓글을 다는 것이 매너다.
그렇지 않으면 90% 확률로 사기 전화다.
이유는 다 알리라 생각한다.

자, 그러면 댓글들을 한번 확인해 볼까요?

"애쉬군"
아놔 저녀석 또 제일 먼저 다네.
"내용 : 보건과장씨!(주6) 내가 방해하는 것이 그렇게 싫었어? 하지만 솔직히 여자 애들하고 허물없이 말하는 거, 염장이거든? 잘 해 보셔!"
어휴, 그게 그렇게 염장이면 너는 더 염장이거든? 너랑 혜원이랑 있는 거 보면 나 미치겠더라?
Next!

"fantasy_soul"
저사람은 뭐야?
"내용 : 아 처음에는 대전**중학교인줄 알고 좋아했네 -ㅂ-"
-_-;;;
Next!

그 다음으로 마지막 달린 댓글이 눈에 띈다.

"Tohno Akiha"
헛, 토노 아키하? 아키하 좋아하는 사람이 유나 말고도 있었던가?
"내용 : 안녕하세요, 저는 님하고 동갑인 여중생이랍니다.
최근에 교육 때문인지 뭣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사를 가야 할 일이 생기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 쪽 중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어요.

인맥이 있는 것이 좋잖아요? 그래서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아, 동갑내기에 존댓말 쓰는 것도 좀 어색하네요.

전화번호 적어갈께요!

제 번호는 016-****-****에요!

PS. Radi@ Akiha도 들어 주세요!"
쟤가 혹시 그 때 걘가?
아, 근데 Radio 하니까 모 분이 생각나는건 왜지?

혹시나 해서 전화기를 열어서 최근통화내역을 보았다.
아 맞다 애니콜이지.
황급히 끄고 부재중 수신내역을 열었다.
이런, 그 번호가 그 번호다.

더 호기심이 동해서 그 블로그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워낙에 잘 꾸며놓은 곳이다. 과연 중3의 실력이 맞나?
그래서 최근 글부터 보니 이런 글이 있다.

"제목 : 전입"
전입?
"내용 : **중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알아두려던 인맥은 아무래도 끊긴 것 같지만 사랑이 시작될 것 같군요.
하지만 저는 그 첫 기회를 놓쳤습니다.
제가 좀 더 잘 해야 하나 봅니다."

어째 이상하다.
그래서 사진을 확인하려고 맨 첫 페이지에 있다고 한 '아키하의 프로필'을 보았다.

아 젠장.
사람 얼굴이 있어야 할 곳에는 엉뚱한 토노 아키하의 일러스트가 걸려 있다.
그리고 실명도 도무지 공개할 생각은 안 한다.
생년월일이나 나이 같은 나한테는 더 민감하게(?) 보이는 정보는 공개되어 있으나 실명이나 모습을 공개를 안 하니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까 이 말이 생각난다.
"PS. Radi@ Akiha도 들어 주세요!"
아 그래, 그거면 단서를 찾을 수도 있을 거야!
앗, 그런데 10시 29분이네? 빨리 찾아야지!
재빨리 태그 "Radi@ Akiha"를 찾는다.
아악 10시 반이다! 젠장!
다행히 찾긴 찾았다!
눌렀다!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
......
서버를 찾을 수 없거나 DNS 오류입니다."

미치겠다!

대체 인터넷 시간제한을 어떻게 뚫을까?
이상하게 10시 반부터는 인터넷만 막히고 나머지 컴 기능은 싸그리 다 살아있으며, 메세지 같은 것이 뜰 리가 없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런데 신의 계시인가, 부모님께서는 이미 주무시고 계신다.

그래, 근휘라면 알 수 있을지도 몰라.

그래서 옆 집 근휘네를 찾아갔다.

'똑 똑 똑'
"누구세요?"
아, 다행이다. 부모님이 아니라 근휘 목소리다.
그런데 쟤, 문 앞에서 말하는 기색이 아닌데?
'똑 똑 똑'
"상욱이냐? 문 열려 있으니까 그냥 들어와."
들어오라는데 뭐, 들어가야지.

"근휘야"
"응?"
"좀 나와 볼래?"
"잠깐만 기다려."

그러나 10분이 경과했다.

"근휘야"
"응?"
"나온다며."
"좀만."

그러나 5분이 경과했다.

"야 해삼!"



주1(이런, 지렁이가 기어가는 것이 어째 느리다 했더니.) : 지렁이라고 함은 XP의 경우 Windows XP 로고가 뜰 때 밑에 기어가는 것이고, 비스타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 코퍼레이션 위에 유일하게 기어가는 하나의 막대기를 뜻함. 보통 이놈의 속도는 크게 영향을 안 받는 편이나, 컴퓨터가 유난히 버벅댄다면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주2(알고보니 닥터 바이러스라는 아스트랄한 놈이 깔려있었구나.) : 저건 사실입니다. 여러분도 닥터바이러스 절대 깔지 마시고, 깔리면 가차없이 제거하십시오. 그거 자체가 바이러스라고 합니다.

주3(해삼놈이 아바스트라는 것을 받으라고는 했는데 나는 워낙 주워들은 지식밖에 없어서 결국 그것도 못 받았다.) : 정식 명칭은 avast! Home Edition으로, 어배스트 홈 에디션이라고 읽어야 정석이다. 저게 차라리 바이러스씨보다는 성능이 확실하다. 게다가 무료다.

주4(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래 만년 XP 유저에게 맥의 신 운영체제 이름을 블로그 이름으로 권하냐?) : 레파드는 Mac OS X의 신버전 이름이고, 타임 머신은 그 레파드의 신기능이다.

주5(riggedplace의 해삼이라는 작자의 방해를 무사히 감내할 수 있는 여자 구합니다.) : 주소창을 다시 확인하라. 다시 말하지만, 해삼(오근휘)은 나 자신이 모티브다.

주6(보건과장씨!) : 이상욱이라 함은 '당신들의 천국'에 나오는 보건과장의 이름이다. 그런데 고등학생이나 읽을만한 책을 어째서 중학생이 읽었냐면, 그 젠장할 방숙 때문이다. 애삼(나)이가 중학생이 너무 이해력이 빠르다고 지적하시기 전에 방숙의 무서움을 알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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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르퓨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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