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에 관하여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경위는 "파일 크기는 해상도처럼 쓸데 없는 정보가 되어 가고 있어요."라는 텀블러 포스트 보고 나서입니다. 일단 글에서 주장하는 바로는 클라우드의 보급과 스트리밍 문화의 발달로 인해 파일 용량보다는 전송 대역폭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합니다.

......정말로요?

말씀하신 대로 클라우드가 대두되고 스트리밍 문화가 발달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군요, 제 주변에서는 말씀해 주신 대로 용량에 신경쓰지 않는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으니 말이죠. 당장 저만 해도 플래시 드라이브 용량 256기가짜리를 샀어야 했나 하는 의문에 잠 못 이루고 있으니까 말이죠. (뭐 그래도 어느 정도의 용량 관리를 통해서 잘 쓰고 있습니다. ......지금은요.) 이런 상황인데 과연 OP에서처럼 파일 크기와 스토리지 용량은 쓸모 없는 정보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요?

2. 정말로 클라우드 때문에 용량을 신경쓸 필요가 없는 것인가?

우선, 용량을 신경 쓸 필요 없는 이유에 대해서 Google 드라이브와 문서 도구를 예시로 들어 주셨더군요. 물론, OP의 언급대로 Google 드라이브에서 고유 형식 문서의 저장 용량을 따지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알고 계십니까? Google 드라이브에서 용량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해서 이런 형식에 대해서 "용량 제한"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이 클라우드 전체의 용량 제한에 들어가지는 않습니다만, 그 대신 개개의 문서에 대해서 용량 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이 글에 따르면, 각각의 문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용량 제한이 걸리게 됩니다.

  • 문서는 한글 51만 2천자까지 포함할 수 있습니다. 영어로는 102만 4천자인 것으로 보아 완전히 텍스트로 환산하면 1024kB인 것으로 보이네요.
  • 스프레드시트는 200만개의 데이터 셀까지 포함할 수 있습니다.
  • 프리젠테이션은 50MB를 넘지 말아야 하는데, 이는 구글의 주장에 따르면 약 200장의 슬라이드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하는군요.
물론 이 용량 제한을 일반적인 사용 습관 하에서 넘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만, 분명히 데이터 "용량"과 "수용 가능 용량"이라는 개념은 클라우드 문서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의 총 용량에서 이 문서들의 용량을 계산하지 않는 이유는, 일반인들의 사용 방식으로 작성된 일반적인 문서의 용량은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DVD에서 읽어주세요.txt의 용량은 사실상 무시해도 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3. 왜 스토리지 용량은 마케팅 용어가 되는 것인가?

우리가 진짜로 스토리지 용량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는다면, 큰 스토리지 용량을 가진 기계는 일반인용으로 잘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OP의 주장에 따르면 "해상도에서 DPI 중심의 마케팅으로 전환한" 애플의 경우 더더욱 그런 정책의 시행에 앞장서야죠. 그런데 말입니다......

그러면 128GB iPad Air의 출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요?

4. 우리는 정말로 "용량에 구애받지 않게" 데이터를 쓰고 있는 것인가?

슬프게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사용할 때 오로지 문서와 영상 스트리밍만 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일단 어플리케이션에 공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단적인 예로, 제 맥북의 /Applications 폴더가 점령하고 있는 용량은 총 18.9GB입니다. 전문가용 어플리케이션들과 게임은 큰 용량을 요구하기에, 굉장히 큰 용량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보통 몇십 메가바이트 정도의 용량을 점유하는 어플리케이션들이 수십 개가 쌓이기 시작하면 스마트폰과 같은 경우는 금방 용량이 차오를 것입니다. 다음으로, 스트리밍으로 해결하지 않는 대표적인 멀티미디어 컨텐츠로 애니메이션과 같이 소장하는 미디어, 그리고 음악이 있습니다. 자기가 찍은 소중한 사진들은 또 어떻고요? 이런 컨텐츠도 용량을 차지합니다. 이렇게 저장소를 꾸역꾸역 점유하다보면 어느새 16GB로는 택도 없이 부족하게 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외장 SD카드를 찾거나 더 큰 저장소를 가진 디바이스를 찾습니다. 클라우드가 있다고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물론 클라우드에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게 되어서 용량을 아끼는 효과는 있겠습니다만은, OP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결국 클라우드도 로컬 저장소를 캐시로 쓰게 됩니다. 그러니 클라우드를 쓴다고 해서 완전히 용량에 무관해지진 않습니다.

5. 맺음말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파일 크기와 저장소 용량은 아직 유의미하고, 앞으로도 유의미할 정보입니다. 물론 무어의 법칙에 의해서 저장소의 저장 용량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고, 그에 반해 일반적인 문서 작업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용량은 크게 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하드웨어 성능이 발전함에 따라 사진과 같은 멀티미디어 컨텐츠의 용량, 그리고 어플리케이션의 용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왔으며, 이것들을 클라우드화시키는 것은 앞으로도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장 공간은 꽤 오랫동안 (제 생각에는 영원히) 정보 처리 기기를 사용하는 이들의 골칫거리이자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외편: 해상도는 정말로 무의미한 정보가 되어 가고 있는가?

뭐, 사실 저는 애플의 사상을 지지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만약 "앱등이"의 의미를 애플 제품 마니아라고 한정한다면, 아이패드에 맥북 프로를 사용하는 저 역시 "앱등이"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비슷한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글에서 짤막하게 언급해 주신 것과 같이 해상도가 무의미한 개념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글의 주제와는 영 동떨어진 이야기이니, 왜 해상도가 아직도 유의미한 정보라고 제가 생각하는지는 아래의 사진 한 장과 스크린샷 한 장을 보고 알아서 판단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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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애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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